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3일차, 학습의 즐거움

독서법 책을 읽다, 고전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읽는 고명환님의 고전 책은 직접 구매해서 볼만큼 애정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깊이가 얕았다. 나같은 무지랭이도 읽을 수 있게 매우 쉽게 써주셔서 쉽게 술술 잘 읽힌 것은 있으나, 그냥 자전적 에세이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좀 더 깊이가 있는 책을 찾다가 10년전, 플라톤 아카데미에서 만든 인문학 명강을 들게 되었다. 당시에는 그저 짜집기 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10년간 서재에 있었음에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꺼낸 책은 정말 주옥같은 보석이었다. 그 분야를 몇십년간 연구해온 석학들이 최선을 다해 쓴 10여페이지. 어찌 훌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년전 논어를 읽어보겠다며 야심차게 필사책을 구입했다. 하지만, 처음 페이지를 넘기자 마자 좌절했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데 대체 어쩌라는 것이냐..... 그게 인생 아니더냐..라고 하니 진행이 되질 않는다.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책을 덮었다. 일년간, 나는 얼마나 발전 했을까? 논어를 조금은 읽어 내리게 되었을까?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조금은 느껴진다. 아, 이렇게 읽어볼까, 저렇게 읽어볼까. 하고 말이다. 

 

그러다 인문학 명강의 첫장인, 논어 소개를 보게 되었다. 서양문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문화는 모두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 유일신이 존재하고, 신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 개인의 한계도 신이 극복해 줄 수 있다. 하지만, 2천년전 쓰여진 논어는 확실히 다르다. 신은 없다. 단지 부족하고 수련이 필요한 인간과 훌륭한 군자만이 있을 뿐이다. 그 누구도 영원하지 않다. 군자도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 모든 인간의 한계는 학습을 통해 극복한다. 이것이 논어의 핵심이렸다.

 

아주 순진하게도 나는 책의 세계에 들어오기전까지 내 인생에서 학습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제 돈 벌 궁리만 하면 된다. 놀 궁리만 하면 된다. 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책을 읽고 있는 배우자에게, 왜그렇게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 그냥 쉬어. 라고 했을만큼 무지했다. 왜 40에 논어를 읽으라고 했는지 이제 어렴풋이 알겠다. 열심히 공부하고 달려서 직장을 얻었다. 그리고 쉼없이 여기까지 달려왔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다시 되돌아보니 이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한다. 20년간 공부해 온것을 바탕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했다. 돌아보니 10년전과도 다른 세상이다. 내가 살아가야 할 앞으로의 인생은 또 다르다. 학습을 하지 않으면 나는 스마트폰을 보고 전화만 사용할 줄 아는 우리 엄마와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 자명하다. 

 

100년전, 아니 50년전만 하더라도 젊었을 때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평생을 살 수있었다. 그 지혜를 공유하며 어르신들이 존경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어르신들에게 배울 것이 아주 많이 줄어들었다. 어르신들이 오히려 세상을 배우러 나오지 않으면 음식 주문조차 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마 더 빨리 이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준비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가? 

 

다시 또 1년간 고민해온 인생의 질문으로 넘어간다. 대체 은퇴 후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저 손가락 빨며 연금이나 받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가? 세상 사람들이 이제 늙음으로 가득찬 나를 무엇을 보고 만나주고 연락하겠는가? 결국, 인간관계도 도움이 되고 기쁨이 되어야 유지된다. 부모자식도 마찬가지이다. 젊음도 없고 지혜도 없는 그저 늙은 노인을 누가 좋아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쉼없이 소통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고, 공유하려고 한다. 또 자신을 알리려고 어필하려고 한다. 지혜가 있는 노인에게는 늘 사람이 따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노인은 그저 외톨이다. 노인들 사이에서도 말이다.

 

내 40대는 더 멋진 은퇴 후 삶을 살기 위해 빌드업 하려한다. 지금까지 배우지 못했던 것, 하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시도하고 2년 후에는 좀더 자신있고 당당한 내가 되려 한다. 그래서 60이 넘어서도 늘 만나고 싶은 사람,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을 헤쳐나가고 싶다. 그 답이 논어에 있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읽어보자. 그리고 완독해보자. 2월 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