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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차, 배열법과 Yes-but 논법

오늘도 소중한 시간을 환불하는데 쓰느라 한시간이 걸렸다. 정말 한심한 일이다. 정말 세상엔 쓸모없는 일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매일 한시간이 모여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데, 이 짓을 하느라 오늘 일정을 망쳐버린 일이 새삼 화가 난다.

 

에휴.

덕분에 시간이 너무 줄었다. 집중해서 글을 써보자.

 

오늘은 배열법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해보겠다.

 

일반적으로 논설문은 설득을 목적으로 논리적근거를 대어 쓴 주장이다. 우리가 학창시절부터 흔히 써왔던 장르이다. 그래서 그 어떤 글보다 익숙하다. 학창시절 많은 학원을 다니면서 논설문을 이렇게 써야한다고 배웠기에 대충 알고는 있었다. 논설문은 이렇게 구성해야 한다는 것쯤은 많이 들어봤다. 하지만 이렇게 논리적인 형태로 구성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시한번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논설문을 정말 내맘대로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부끄러워졌다. 논설문도 설득을 위한 글인데 내 글을 보고 설득당할 수는 있었을까? 하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아리스토시대 논증이란 그전 시대 유행했던 수사학적 논증과 타당성을 검증하는 기술 두가지를 결합한 개념이다. 즉, 글을 예쁘고 멋있게 쓰는 방법과 현대 논리학의 과학적 검증 방법을 합쳤다. 두 분야를 상호 보완하다 보니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글이 탄생할 수 있다. 우리가 현대 논리학을 이론으로 알고는 있지만 실제 글쓰기에서 많이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대 논리학에서 사용하는 기호를 사용해 많은 글들을 분석해 볼 수 있다. 또 이기회를 통해 문장의 연결을 좀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실전 연습을 할 수 있다.

 

원인과 결과나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문장들끼리는 화살표

서로 대등한 관계는 -

긴밀하게 연관된 것은 ()

즉, 다시말해와 같이 반복은 = 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내가 쓴 글을 이런식으로 하나하나 분해하다보면 글이 가진 오류와 논증간의 관계를 확연히 볼 수 있어 매우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고대 수사학은 설정법, 배열법, 미사여구법, 연기법, 기억술 5가지 방법으로 글을 사용했다. 이중 설정법, 배열법, 미사여구법은 현대에도 흔히 사용되고 있는 수사학적 기법이다.

 

논설문의 기본 형태부터 살펴보자면 우리가 모두 알고 잇듯 서론 - 본론 -결론의 형태를 지닌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중언부언 같은말을 반복하는 기분이 들고 개요를 어떻게 짜야 할지부터가 고민이다. 보통 우리는 서론1, 본론3, 결론에 해당되게 글을 쓰는 방법을 많이 배워왔다. 서론에서는 문제제기를 하고 본론에서 주장과 근거를 들고 결론에서 나의 주장을 다시 요약하여 확실하게 강조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다른 글쓰기 책들을 보다보면 조금더 세련된 방법들이 많아서 그 방법들을 적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그 방법이 바로 아리스토 텔레스를 비롯한 사람들이 더욱 발전시킨 방법론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4단론법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머리말-진술부-논증부-맺음말로 이어지는데 머리말과 맺음말에서는 상대를 감동시키고, 진술부와 논증부에서는 설득을 한다. 머리말부터 살펴보겠다. 머리말은 상대방을 짧게 유혹하는 글이다. 정말 많은 글에서 봐왔듯 상대방이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 첫문장 3줄에 달려있다는 말도 있다. 흔히 격언, 속담,고사성어,예화를 인용하는 방식이 가장 상투적이다. 또한 시사적인 문제나 관심 화제 혹은 어려운 개념일 경우 정의로 시작하거나,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는 형식 또한 나쁘지 않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유혹하면 된다.

 

두번째 진술부는 논증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논설문 속 서론에 해당하는 영역인데 논제를 제기한다. 다루고자 하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언급하면서 다음에 오는 논증부와 연결 시키는 역할을 한다. 문제를 제기하며, 이 논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면 된다.  다만 미사여구를 빼고 사실적으로 언급해야 설득력이 있따.

 

세번째 논증부는 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 곧 주제를 내세워야 한다. 이를 적절한 논거를 들어 설명한다. 이 부분이 논설문에서 가장 중요한 뼈대인 부분이 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형식 논리학들이 보여준 구조를 차용하되 근거를 매우 잘 들어야 설득력이 있다. 설득력이 높은 논거는 다음과 같다. 역사적 사실, 객관적 사실 혹은 정설로 인정된 학설, 또는 통계자료를 사용한다. 이 역시도 많은 책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접근 방식이다. 이 논증이 설득력을 갖게 되려면 이 논거 자체가 공격대상이 되지 않게 잘 선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맺음말은 다시한번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 하는 단계이다. 논제를 다시 꺼내며 요약한다. 단,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속담이나 격언등을 사용해 반복의 지루함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감동을 주면서 마무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의 4단 논법은 현재에도 굉장히 많이 쓰이고 있는 글쓰기 방법이다. 진술부가 머리말과 분리 되어 나와 4단계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다 보니 진술부의 역할이 높아보인다. 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지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할 때 많이 사용될 수 있는 방식이다.

 

이것 못지않게 5단계 방식도 많이 쓰인다. 단계는 조금 다르지만 기-승-전-결의 방식과 유사하다. 바로 Yes-buT의 5단 배열이다. 머리말-진술부-반론부-논증부-맺음말로 이루어져있다. 위 4단계와 비교해서 반론부가 추가 되었다. 즉, 반론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다뤄줌으로써 내 글을 조금더 설득력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머리말에서 유혹하고 진술부에서 논제를 제기하며, 논증부에서 주제를 제시하며 논거를 대는 것은 동일하다. 따라서 반론부에 대해서만 다시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론부는 자기 주장과 대립되는 주장을 소개하는 단락이다. "B라는 주장이 있음에도  A다" 반론이나 일반적 견해가 가진 긍정적인 면은 가볍게 인정하되 곧바로 가진 좀더 큰 부정적인 면이나 결정적인 단점을 지적한다. 그러면 나는 예상되는 반론에 대해 미리 선제적인 대답을 해 논란의 소지를 줄일 수도 있다. 이 반론이 내 주장을 더욱더 의미있게 만들어준다면 이런 글을 써보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분량이 많은 논설문을 쓸때 효과적이다. 

 

나는 이 과정중 진술부라는 측면이 매우 새롭다. 사실 논설문을 쓰면서 어떤 단계에서 나의 주장을 해야하는지 늘 헷갈렸었다. 또 나의 주장과 문제제기는 다른 부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 책에서 소개해준 바바라 민트의 논리의 기술을 한번 읽으며 좀더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책은 이 책으로 정했다. 좀더 연습을 해서 주장과 논거를 더욱 명확히 구분하는 기술을 배워야겠다. 늘 내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니 주장이야? 니 생각이야? 팩트야? 이런 질문을 더이상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논리학을 공부하는 것은 매우 재밌는 일이다. 글쓸 내용이 많이 없어서인지 요새 글쓰기가 조금씩 짧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다른 주제로 한번 다시 확장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