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76일차, 정신을 알방법은 명상뿐이다.

문득 불쑥 불쑥 떠오르는 생각들. 어디서 나오는지 모른다. 내 사고가 흘러가는 방향은 예측할 수 없다. 가만히 있다가 이생각이 어디서 나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에게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 논거를 아주 상세히 서술했다. 모든 인간에게 영혼이 있어서 그 영혼은 죽어서도 구천을 떠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천국도 가고 지옥도 가지만 사실 영혼이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야기를 만들기 좋아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구일뿐이다. 우리가 굳게 믿었던 영혼도 아니라면 대체 내 마음. 내 생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뇌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뇌연구와 정신은 또 다른 대상이라고 말한다. 뇌는 물질로 된 신경세포, 시냅스, 생화학 물질들이 결합되어 만드는 신호를 가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정신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아직까지  이 정신을 탐구할 방법은 인류가 개발하지 못했다. 그래서 앞으로 당분간 AI가 인간 정신 영역까지는 침범하지 못한다. 지능은 더 높을 수 있지만, 우리도 모르는 정신세계는 아직 이식할 수가 없다. 정신은 주관적 경험의 흐름이라고 정의한다. 그저 우리가 경험한 바들이 흘러지나가는 일련의 활동이다. 아무도 모른다. 나 자신도 내 정신을 모른다. 내 정신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명상도 마찬가지다.

 

올해 여러 자기계발서를 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이 명상을 하라였다. 내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바를 느끼고 그 호흡에 집중하라. 너무 어렵다. 10초만 지나도 다른 생각들이 펼쳐진다. 나는 아무리 해도 명상을 할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포기했다. 그러다 또 다른 책을 읽었다. 그렇게 다른 생각들이 펼쳐질 때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것이 명상 훈련의 일부라고 말이다. 아. 그 때 깨달았다. 명상을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고, 또 이를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게 이 훈련을 하는 목적이라는 것을. 그래서 명상을 좀더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발하라리 마지막 챕터에서 확실히 명상을 알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이 가진 정신세계를 가장 잘 알고 관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명상이다. 내가 한 수많은 생각과 경험들이 어딘가에 저장되어있다가 문득 떠오른다. 마치 흘러가는 강물위에 물건을 집어내듯. 그럼 그 생각을 하다 또 다른 생각을 하며 또 넘어간다. 그러다가 깨닫는다. 내가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다시 아무생각을 할수없게 호흡을 다듬고 호흡에 집중한다. 처음에는 내 숨결부터 시작해 내 내면이 들려주는 모든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다. 내 눈꺼풀부터 내 몸속에  흐르는 피까지 느껴볼 수 있을까. 이렇게 내 내면에만 집중하는 것이 명상이다. 내가 갖고 있는 실체를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된다. 내 삶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보이는대로 관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정말 실천하기 어려울테다. 

 

하지만, 명상이 지금의 나를 또, 앞으로의 나를 이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조금더 시간을 늘려서 진정 이 경지에 이를 수 있다면 진정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유발하라리도 말하고 있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명상을 한다고 해서 많은 미래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가 스스로 자아성찰을 통해 진정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알고리즘과 AI가 지배해 우리가 성찰할 여지조차 뺏기기 전에 말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자. 하지만, 이것이 인류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드디어 21강을 완료했다. 정말 긴 여정이었다. 너무 기쁘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한번 곱씹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 부족한 점이 많다는 사실은 느낀다. 유발하라리는 이 책에서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인간에게 생각해볼 문제에 대해 더욱 더 많이 스스로 생각해볼 생각 바구니를 선물하였다. 재료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듯, 이제 이 재료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아주 많이 달라진 충만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많은 고정관념들과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아주 명쾌하게 이론적으로 뒷받침이 되었다. 물론 모든 이야기를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지는 않았지만, 내 성장에 정말 큰 도움을 주었다고 확신한다.

 

반기에 한번씩 다시한번 읽고 또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봐야겠다.

 

정말 훌륭한 책을 써준 작가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