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발하라리에 푹 빠지게 되었던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종교 분야에 대한 견해가 아주 충격적이었다. 내가 그토록 찾아헤맸던 논리적인 뒷받침이었다. 막연히 머리속으로만 생각해왔던 종교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주었다. 왜 사람들은 그토록 종교를 믿으며, 종교가 인생을 지배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똑똑해보이는 사람조차 사이비종교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고, 정말 훌륭한 사람들도 기독교라는 종교를 믿으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아직 힘든 시련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 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 의견에는 동의한다. 힘이 들때 기댈 수 있는 심적 피난처로서 역할은 아주 충실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 이상 종교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세상에는 아주 많은 종교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종교적 신념을 위해 인류는 수천년을 싸워왔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해서 종교적 목표를 달성하고 나는 죽는다면, 천상 세계에서 수십명 여자들과 행복한 영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교리를 당신은 믿는가? 아마 우리가 이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말 해괴망측한 논리로 인류에 피해를 주는 암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에 기독교인은 기독교는 다르다고, 예수님이 하는 이야기는 진짜야, 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렇게 불경한 말을 하다간 넌 지옥불에 떨어질 거야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그러니 예수를 믿어야 한다고. 천국과 지옥에 다녀온 사람이 진짜로 있어. 너는 지금도 기도의 힘으로 치유된 기적을 안믿니?"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종교가 실재로 존재하는 지를 증명해 낸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인간 영혼이 존재하는 지도 하느님이 정말 음성을 보내주신것인지도, 아무것도 말이다. 왜 인간은 과학기술을 맹신하면서도, 비 과학적인 종교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관대하다.
종교가 과학보다 큰 힘을 가지는 이유는 바로 인간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는데 있다. 인간은 협력을 바탕으로 지구상 가장 강력한 생명체가 될 수 있었다. 공통된 목표가 없는 조직은 쉽게 와해되기 마련이지만, 이런 삶의 정체성과 목표를 바로 종교가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모든 종교는 창시자가 말한 절대적 진리인 바탕으로 그들만의 의식과 의례를 만든다. 그리고 그 교리에 기반해 자부심과 충성심을 갖게 되고, 때로는 상대에 대한 적대감을 만들며 "우리"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낸다. 이는 많은 민족과 국가가 만들어진 기반이었다. 따라서, 공동체를 이루는 아주 강력한 힘이다. 그 종교가 진짜인지 허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 종교는 다른 종교에서는 "가짜"라고 비판하고 있기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내가 믿는 종교만 진짜라는 근거는 대체 무엇인가?
21세기에도 2000년전 교리를 해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종교는 앞으로도 그 힘을 잃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과 결합해 더 기괴한 종교가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 인간을 하나되게 하는 힘이 인간이 힘을 갖게 된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1세기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겨나게 될 인류 과제도 하나되게 하는 힘을 가질 종교를 만들어 내면 해결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초인간을 만들어 낼 기술 발전을 모든 종교가 합심해서 반대한다던가, 기술 발전을 반대하는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말이다. 아마, 미래 종교는 AI와 관련된 의견을 곧 내놓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다. 종교는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보다는 현 상황을 교리에 맞게 해석하는데 늘 탁월했기 때문이다.
곧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지 않을까? " 예수님 혹은 알라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라고 했습니다. 인간을 초월하는 생명체가 탄생하는 일은 큰 재앙을 불러 올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기술개발을 멈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종교에는 멈출 수 있는 아무런 힘이 없다.
종교에 대한 챕터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챕터였다. 어쩌면 우리 한국 사회가 이렇게 반목하고 싸우는 것이 우리 사회의 종교라는 구심점이 없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100년전에는 반 일본이라는 정서로 하나 되었던 우리나라. 지금은 한쪽은 주체사상이라는 종교적 신념으로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대한민국에는 국가 정체성으로 대표되는 어떠한 구심점이 없는 것이 아닐까?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로 뭉쳤던 지난 50년이 지난 후, 우리 사회에는 경제성장도, 잘사는 대한민국도, 또한 어떠한 종교적인 목표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사람들을 대한민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줄, 충성심을 부여할 어떤 상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치열한 반목의 원인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싶다면, 정말 우리는 어떠한 대한민국을 원하는지, 우리 대한민국의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부터 세워야하지 않을까? 그것이 종교이든 경제이든 과학적 성과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