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차, 현대 사회에 정의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챕터 중 가장 어려운 챕터이다. 몇번을 읽어봐도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잘 모르겠다. 결국, 현 시대를 규정하는 정의는 정의할 수 없다는 결론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내 주변 사람들 중 가장 정의로운 사람을 떠올려보자.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 내 주변에 가장 공명정대 하고 꼿꼿한 사람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 마저도 정의로운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면 잘 모르겠다. 사실, 우리가 지겹도록 많이 들어온 단어지만 정의가 무엇인지 정의조차도 잘 생각해내지 못한다. 사전을 찾아보니 "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이 공정하고 올바른 상태를 추구해야 하는 가치" 라 적혀있다. 정의라는 단어는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이상적인 가치를 뜻하고 있다. 어떤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사회 구성원에 따라,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가치였다.

 

 정의는 그래서 도덕을 논하며 시작된다.인간으로서 이상적인 상태, 도덕성을 가지고 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사건에 대해 도덕적인가를 논할 때 그 대상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 도덕이 되는 기준이 우리 동네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동네 혹은 나라로 확대되었을 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도덕적이라고 배웠던 많은 상식들이 현대와 같은 지구촌 시대에는 당연하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내가 한 어떤 행동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결과로 나타났는지 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상적인 행동이 무엇인지를 아무리 해도 알 수 없다.

 

 "모르는 게 죄야" 라는 말도 들어본적 있다. 내가 버린 플라스틱 빨대가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수없이 많이 들어온 이야기가 있다. 바다고래가 먹고 죽는다는 그 끔찍한 결말. 그 이후로부터 사람들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불편하다고 아우성이었지만 전세계적으로 이 운동이 열풍이다. 우리는 몰랐기에 플라스틱 빨대를 편리하다고 열심히 사용하였지만, 결론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감동적인 스토리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부정하고 축소하였다. 기존 플라스틱 빨대를 생산하는 업체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사람들은 덕분에 애초에 물과는 상극인 종이 빨대를 쓰면서 늘 불만이다. 우리 지구가 합의한 플라스틱 빨대 근절 캠페인은 정말 이시대에 꼭 필요한 정의로운 행동이었을까? 그냥 모르고 살아가는게 우리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이 시대를 정의하는 정의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 그 누구도 모두에게 적합한 해결책은 절대 찾을 수 없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고, 정확한 인과관계도 알아낼 수 복잡한 사회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굉장히 유명했던 책 "정의란 무엇인가" 에서도 정의에 대한 고민은 개개인에게 맡긴다. 일치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답이 없는 철학적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잡성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단 한가지 있어 보인다. 바로 누군가가 만든 "정의"를 정답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면 된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현대인들은, 어떠한 신념을 무작정 따르고 맹목적으로 추종한다. 이는 매우 손쉬운 방법이며 정의로워 보일 수 있으나, 진짜 정의는 결코 될 수 없다. 

 

글을 쓰다보니, 왜 정의에 대해 내가 이해하기 어려웠는지 정리가 되었다. 정의라는 단어는 말그대로 답이 없는 철학적 개념이었다. 사람들은 이 어려운 정의에 대해 복잡성을 부정하거나, 현실 도피를 위한 피난처를 만들려고 한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더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이다. 작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정의는 있을 수 있지만 세상에 모든 이를 위한 정의로운 일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전 지구적인 초인간이 태어나는 시대에, 그들이 가져야하는 정의는 대체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 가 하는 걱정부터 다가온다. 모든이가 합의에 이를 수 없고, 만들어낼 수없다면, 그들에게 정의는 대체 어떻게 알려주어야 하고 판단하게 하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