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41일차, 호모데우스 3

테티스민 2024. 10. 4. 15:48

어제 또 하루 쉬어갔다. 하루하루 쉴때마다 죄책감이 쌓이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꾸준히 정진해봐야겠따.

 

영혼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으니, 오늘의 주제는 마음이다.

지금까지 영혼, 신, 에테르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이야기를 계속 해왔는데, 이번엔 인간의 마음도 증명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이니 버려야 할까? 하는 질문이다.

 

마음 역시 증명할 수 없지만, 직접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잇다는 것이 위의 속성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고통스러운 마음, 기쁜 마음 모두가 느껴보지 않았는가? 이런 주관적인 느낌들을 항상 경험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느낌의 존재를 부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영혼은 아무도 느껴본적도 만져본적도 경험해본적도 없는 이야기이다.

 

한동안 사람들은 동물에게는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잔혹하게, 동물을 죽이고 해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고, 또 몇몇은 인간과 교감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녔다는 것은. 아마,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는 감정이 있다고 말해도 많은 사람들은 공감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 마음이라는 것은 어떻게 생기고 어떤 알고리즘으로 운영되는지 과학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그 말은 즉, 생명체가 아닌 어떤 것에 우리 인간을 지탱하는 그 지지축인 마음을 심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AI시대에 윤리적 고민의 대표적인 예로 들어온 이야기가 있다. 자동주행차가 길을 가다가, 윤리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옳겠냐는 질문 말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로봇에도, 기계에도 인간과 같은 마음을 심을 수 있느냐가 아닐까 싶다. 이 마음의 메카니즘이 밝혀지고, 정확하게 규명되지 못한다면  인간의 마음으로 대변되는 많은 행동들을 우리 미래 세계를 지배하게 될 기계들이 동일하게 수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그래서 이 마음에 대한 증명, 알고리즘을 푸는 것이 우리의 숙제인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경험? 인식? 유전?

책에서는 오늘날 과학적 정설에 다르면,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내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활동의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와 구별이 불가능한 완전한 가상세계를 위조하는 것이 이론상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3년전, 후배와 가상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나눴던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충격이 아직도 선선하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로블록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나눈 이야기 중 일부였다. 어른들이 가상세계에 빠져들만한 이유가 있을까? 라는 이야기였는데, 당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가상세계를 통해 만난 가족들과 재회하며 상처를 치유받고 행복해 한다는 프로그램이 방영되던 중이었다. "사람은 자신의 세계에서 행복을 느껴요. 내가 가상세계에 들어가서 나의 소중한 것들을 매일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사람은 행복한거에요. 그게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이 집안에 있는 나인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나의 뇌가 지금 이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 쾌락에 빠져, 그곳에서 나오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 세계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할거에요" 라고 말이다. 사실 후배는 이런 깊은 생각을 통해 한말은 아니었지만, 당시 가상세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내게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깨우침이었다. 어른들이 이런 유치한 가상 세계에 들어와서 시간을 보내고, 아이템을 구매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려고 할까? 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내가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의미있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이 현실보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공간, 그런곳이 있따면 누구든 그 세계에 도취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5년전? 쯤 한창 부캐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유명한 연예인도 자신의 알려진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그 캐릭터에 심취해서 부캐릭터를 만드는 설정이었다. 매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캐는 무엇으로 만들까 한번쯤은 고민해본적이 있게 했다. 바로 이런 티비 프로그램이 벌써 시대를 앞서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너무나도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다.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한, 또는 이룰 수 없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누구든 어디서든, 새로운 세상에서 한번쯤은 실현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나도 현실에서는 매우 얌전하고 부끄러움이 많지만, 인터넷 세계에서는 과격하기도 하고 솔직하기도 하다. 이런 내가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아바타의 모습을 하고 사람들과 만난다면 지금의 내모습과는 너무 다른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그런면에서 앞으로 펼쳐진 가상세계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현실에서는 시궁창 같은 삶을 살고 있떠라도, 가상세계의 나의 아바타는 포르쉐를 타고, 명품 옷을 입는다. 또 그러면서 가상의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칭송을 받는다면 이 사람은 어떤 세계에 머물러 있길 바라겠는가? 아마 이사람은, 현실의 고시원의 삶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고시원에서 살더라도 가상세계의 포르쉐를 사기위해 돈을 쓸 것이고, 시간을 쓸 것이다. 주구장창 컴퓨터 안으로 접속해 그 세계에서 살며 인맥을 넓히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모두 다 소비하게 될것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처럼 말이다. 일어나서 접속해서 자기전까지 그 세계에서 머물고 일하고 먹고 소비하고, 친구를 사귀는 것 모두다 말이다. 

 

참 흥미로운 세상이 올것 같지 않은가? 그런 아바타에게는 마음이 필요할까?..... 아직 모르겠다. 10년후에 이 세상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말이다.